요르단 여행기 1 - 계기
7월 6일 점심시간. 언제나처럼 커피 한 잔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고 뭘 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않은지 1년 반이 지났어도 아직 점심시간이면 뭘 할까 망설이긴 마찬가지다. 산책을 나갈까, 웹서핑이나 할까, 눈이나 좀 붙일까? 눈을 좀 붙이기로 마음먹고 있는데 서울에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잘 있었나?” 어색한 억양의 경상도 사투리로 인사를 한다. 그래도 이 말이 내게는 효과가 있어 서울 사람과 대화할 땐 ‘표준말스럽게’ 말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망각하게 만든다. “그래 오새 우에 지내노? 두 군데 맡아 일한다꼬 마이 바뿌제?” 대충 인사를 나눈 다음에 본론에 들어간다.
“너 요르단 가볼 생각 있냐?”
“뭐 요르단? 당연히 가야지.”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붙들어야 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드는 제안이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번 달 15일에 출발해야 한다.”
“괜찮다. 무조건 가께.”
이 친구 아마도 자신이 갈지 말지 반반의 마음에 내게 전화를 한 모양인데 뭔가 괜찮은 건수라는 생각이 들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몽골을 간 것도, 북한을 간 것도 사실 내가 가야 할 순서가 아니었는데도 강하게 밀어붙여 어거지로 간 일이 있다. 이번 일도 그런 부류의 일 같아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들기로 했다. 설사 내가 나중에 형편이 된다 해도 요르단을 가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럴 때 무조건 가야 한다. 어느 정도 내 물건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현실적인 질문을 한다.
“근데 물론 내 돈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
“공가 처리는 되고?”
“공문 보내면 아마 될 걸?”
일단 가는 것이 거의 확정되었으니 현실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내 돈이 드는 경우인지 아닌지? 그 다음엔 올해 겨우 5일 남은 휴가를 써야 하는지, 공가로 가야 하는지.
“국제협력단에서 요르단에 혈액원을 지어주는 모양이다. 이러쿵저러쿵 해서 나더러 가자는데 그 때쯤 나도 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원장님이 자꾸 싸돌아 댕기머 되나 그런 일은 나같은 쫄다구가 가야지. 우리나라에 그런 일에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더 있나?”
“그럴까?”
“그래, 내가 가께.”
“그럼 내가 담당자에게 나대신 네가 가도록 이야기할께.”
“그래, 출장비 남으면 술 사주께.”
이렇게 해서 갑자기 요르단 행이 결정되게 되었다. 요르단 정부에서 한국국제협력단에 요르단 북부지역에 혈액은행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한 모양이다. 이번 출장은 그 요청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출장으로 단장, 건축전문가 1명 그리고 혈액은행 장비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된다. 국제협력단의 혈액원 관련 사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몽골 국립 혈액센터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한 일이 있고 혈액원을 짓은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쨌거나 국제협력단의 혈액원 건립 사업에는 두 번 모두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 날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내가 가는 것으로 결정되고 병원으로 보내는 출장 요청 공문과 출장 준비를 위한 자료도 받았다. 다행히 병원에선 공가 처리를 해주기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