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접촉사고 - 전화위복

안동에 사노라면 2010. 2. 9. 02:09

토요일. 오후 5시까지 근무시간이지만 지각을 한 죄로, 또 앙코르와트 관광하는 동안 밀린 일도 있어 7시 30분경 퇴근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평일과 다르게 늘 주차하던 주차 공간엔 차가 다 들어차있고 반대편에 빈 자리가 있다. 늘 주차하던 습관과 다르니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요즘 느끼는 일이지만 주차 기술이 갈수록 떨어진다. 차가 바뀐 후로는 더 그런데 반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것인지, 알코올로 인해 뇌세포가 점차 줄어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차를 하고 나면 늘 차가 비뚤게 서 있어 다시 교정을 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익숙하지 않은 반대편으로 주차를 시도했다. 아파트 반대쪽이어서 많이 어둡기도 하다.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꽁무니를 밀어 넣고 있는데 뒷바퀴 쪽에서 플라스틱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내 차 왼쪽 꽁무니가 옆 차 가까이 있다. 그리고 그 차 뒷문에는 30cm 정도의 흰 선이 그어져 있고. 얼른 차를 빼서 쓰레기장 옆의 넓은 주차 공간으로 옮기고 내 차를 보니 내 차에는 별다른 흔적이 보이진 않는다. 다시 그 자리에 가봐다 바닥에 별다른 물건이 없는 것으로 봐서 조금 전의 그 소리는 내가 그 차를 긁으면서 낸 소리였던 모양이다.  


집에 들어와 몇 자 적었다. 사과와 함께 수리하고 연락 달라고. 운동을 하러 나가면서 메모를 그 차에 꽂으러 갔는데 이번엔 그 차의 긁힌 선이 보이지 않는다. 희미한 빛에 차 뒷문의 각이 반사될 뿐. ‘음, 내가 이 선을 보고 잘못 판단한 모양이군.’ 가벼운 마음으로 그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운동도 하고, 바둑도 두면서 저녁을 잘 보냈다. 일요일 대게파티를 위해 나가다가 그 차를 보니 멀리서 봐도 긁힌 자국이 보인다. 전날 저녁엔 어두워서 긁힌 자국이 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 집에 들어가 적어둔 메모지를 가져와 그 차에 꽂아두었다.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의 말을 들으니 50만원 미만의 보상비는 보험 처리를 해도 보험료 할증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만 성미가 나쁜 사람이 아니기만 바랄 뿐.


다음날 그 차의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같은 라인에 사는 분이라고 했다. 인근의 정비공장에 맡겼고 46~7만원인가 수리비가 나왔는데 보험 처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사과와 함께 그럼 보험으로 처리하자고 하고 내가 든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했다. 조금 후 상대편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그분이 렌트 카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렌트 카를 사용하면 50만원이 넘어갈 것 같으니 그분이 배려한 모양이었다. 오후에 내가 든 보험회사 직원과도 통화가 되어 처리를 맡겼다.


월요일 저녁에 회식(직장내 동문회, 이 땅에 살려면 챙겨야 할 모임이 많기도 많다.)이 있어 2차 장소로 옮기면서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들어와 있다. 그분이었다. 약간 긴장하며 전화를 했다. 주변이 소란한 것으로 봐서 그분도 어딘가에서 한잔 하는 중인 모양이었다. “양심적인 이웃을 알게 되어 얼굴이나 볼까 해서 전화를 해봤습니다.” 사고를 내고도 칭찬(?)을 듣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같은 라인에 살면서도 얼굴을 모르는 사이였는데 조만간 인사를 트게 될 것 같다. 전화위복.


- 지난주에 앙코르와트에 다녀왔다. 패키지여행이라 쓸 거리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써야 한다는 습관적인 부담은 있다. 그동안 딸아이가 사진을 올리지 않아 올리지 못했는데 오늘 보니 사진이 컴퓨터에 올라와 있다. 명절에 시간나면 설설 써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