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고리 1호기를 폐쇄하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1년이 지났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당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원전은 일본의 비등경수로 방식과 다른 가압경수로 방식이어서 안전하다고 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쓰리마일 원전 사고 때 일본의 원전 관계자들이 일본은 미국과 달리 비등경수로 방식이어서 안전하다고 선전했다고 한다. 최근 고리 1호기에서 냉각장치에 전원이 10분 이상 공급되지 않는 사고가 생겼고 그 사고를 은폐하다 뒤늦게 들켰다. 비등경수로 방식이건, 가압경수로 방식이건 냉각수로 원자로를 식혀야 하는 것은 같다. 그리고 일본의 사고도 원자로 냉각장치의 전원이 차단되어 생긴 사고이고, 쓰리마일 원전 사고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모두 냉각장치 이상으로 생긴 사고로 알고 있다. 이번 고리 1호기 사고는 두 계통의 전원 중 한 계통의 전원이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자가 가동되는 한 계통의 전원 차단장치 작동을 점검하다가 외부 전원이 차단되었고, 돌아가야 할 비상발전기는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상황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쓰나미가 유발인자가 되었다고 하지만 쓰리마일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모두 사람에 의한 사고였다. 한국의 원전도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모두 10기의 원전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사고가 난 원전은 1, 2, 3, 4호기다. 5, 6, 7, 8, 9, 10호기는 사고가 나지 않았다. 확률적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네 기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1호기에서 10호기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1, 2, 3, 4호기에서만 사고가 났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1, 2, 3, 4호기는 30년이 넘은 것들이고, 5, 6, 7, 8, 9, 10호기는 30년이 되지 않은 것들이다. 자동차도 오래 타면 고장이 잦아지고 부품을 갈아가면서 타지만 결국에는 폐차해야 한다. 원전도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고장이 잦아지고 결국은 폐쇄해야 한다. 고리 1호기는 설계 수명이 30년인데 30년이 넘어 재사용 허가를 받아서 돌리는 원전이다. 그런데 지난해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 허가를 위한 검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사고가 30년이 넘은 비상발전기가 작동이 되지 않아 생긴 사고라고 해서 비상발전기만 교체하자는 것은 너무 안이한 대처이다. 노후한 비상발전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다른 설비들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일 것이다. 노후 차량의 배터리를 갈아준다고 해서 새 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고리 원전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생긴다면 부산 일대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한국 최대 무역항이 폐쇄되는 것은 물론이고, 3백만 인구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한다. 한국 경제는 결딴이 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에는 현재 21기의 원전을 가동하면서 전체 전력량의 약 35%를 생산한다고 한다. 원전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는 한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2% 미만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30년이 넘은 고리 1호기와 내년까지 30년이 되는 월성 1호기, 고리 2호기까지 합하면 전체 전력 생산량의 5% 전후가 될 것 같다. 내년까지 이 세 기의 원전을 가동중지 하면 여름 성수기 때 전력 부족이 생기겠지만 우선은 참을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두 기만을 남기고 원전을 가동 중지한 일본도 견뎌내고 있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원전 폐쇄로 인한 전력 부족은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가 알기로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한 전력 생산이 원전보다 결코 비싸지 않다. 원전이 싸다는 주장은 단순히 건설비용과 운영비용만을 포함한 계산일 가능성이 많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철거 비용과, 수백 년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합하면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훨씬 비쌀 것으로 생각된다. 고리 1호기를 붙들고 놓지 않는 이유 중에는 천문학적 철거 비용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인지도 모른다.
인류가 처음 발견한 불은 인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리고 이 불은 끌 수 있는 불이었다. 인류가 원자력이라는 제2의 불을 발견했지만 원자력은 끌 수 없는 불이다. 인류는 핵붕괴의 연쇄반응으로 인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알아냈고, 이 연쇄반응이 빠르게 진행해 핵폭발이 되는 대신 붕괴 속도를 늦추어 에너지를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렇지만 이 불을 끄는 방법, 즉 핵붕괴 연쇄반응을 중지시키는 기술은 가지고 있지 않다. 원전의 연료봉이 가진 모든 원자가 붕괴될 때까지 연쇄반응은 계속된다. 원전에서 연료봉을 교체하는 것은 연료가 모두 소진된 때문이 아니라 발전에 충분한 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교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거한 이 연료봉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에 오랜 기간 식히면서 보관해야 한다. 그 외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방사능 역시 소멸될 때까지는 엄청난 세월이 필요하다. 후손들이 대대손손 우리가 사용한 전기의 뒤처리를 해야 한다. 그 후손들은 여기에 들어가는 세금을 내면서 조상들을 욕할 것이다. 잘못 관리되어 노출 사고를 당하는 후손도 생길 것이다. 원전 가동은 후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다.
안전하지도 않고, 싸지도 않은 원전에 대해 사람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가 큰 문제가 된 지금 화석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이 많아져도 문제가 있으니 원전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원전을 폐기하고 그 대신 화석연료를 쓰는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면 어떨까? 태양광이나 풍력을 쓰는 재생에너지로 발전을 해서 원전을 대체할 수는 없을까? 2010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화력발전이나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들었다. 더 안전하고 싼 발전 방법을 두고 위험하고 비싼 원전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바로 원전 모두를 멈추자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의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해나가는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30년이 넘은 원전을 폐쇄하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발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경주 동국대의 김익중 교수의 제안처럼 고속도로를 태양광 발전소로 개발하는 아이디어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전력을 공급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오지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자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세제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하고, 기초 기술도 지원해야 한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전자제품을 제한하고 효율이 높은 제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전국적인 절전운동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전체 원전을 재생 에너지로 교체하는 것으로 하자. 단기적으로 우선 고리 1호기를 폐쇄하자. 그리고 내년까지 30년이 되는 월성 1호기와 고리 2호기도 폐쇄할 준비를 하자.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하자.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준비하자. 이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책임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선거 때 각 정당의 공약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