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한 이야기
연말에 '사요취선(史要聚選)'으로 횡재를 했다. 사요취선은 중국 역사 인물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소개하는 책으로 선비들이 유식한 척 하기에 아주 유용한 책이므로 아주 인기가 있어 조선 후기에 상업적 출판을 할 정도였다. 모두 9권인데 4책으로 된 판본도 있고, 5책으로 된 판본도 있다.
올해 초기에는 '사요취선'을 낱권으로 몇 권 구입했다. 낱권으로 1권에서 9권까지 모두 모아보겠다는 생각에서 택배비 포함 약 6만원을 들여 세 권을 샀다. 그런데 이 책들이 모두 다른 판본인데다 크기마저 서로 달라 모양이 나지 않았다. 연말쯤 되니 완질을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완질을 구하고 나면 나머지는 샀던 가격에 되팔 생각을 하면서. 어느 사이트에서 완질이 나왔는데 살까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낙찰되었다. 12만원이 좀 넘는 가격에.
며칠 지나니 다른 완질이 나왔다. 이번에는 입찰을 하자 싶어 입찰을 했다. 3만원 시작가에 3만 3천원 정도까지 따라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같은 판매자가 사요취선 낱권 6권을 팔겠다고 내어놓았다. 경남 지역에 있는 전문 판매자였다. 그런데 이 사람이 실수로 다른 완질에 있는 한 권을 이 낱권 책들에 끼워서 사진을 찍고 말았다. 완질에서 한 권이 빠져나가면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 판매자가 자신의 실수니 낙찰 받는 사람에게는 그 완질을 모두 주겠다고 한다. 완질 4권을 포함 모두 9권이다. 시작은 1만원부터. 정말 완질을 줄지도 의심스럽고 내게 낙찰될지도 의문이어서 두 곳 모두에 입찰을 했다. 먼저 입찰한 완질은 다섯 명이 각축전을 벌였는데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마감 시간을 놓쳤다. 기록을 보니 7만원에 낙찰이 되었다.
이제 올해 완질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 판매자를 믿고 남은 6권(판매자의 추가 약속에는 완질 포함 9권)에 올인하는 수밖에 없다. 막판까지 컴에 붙어있었다. 마감 20여분을 남기고 1만 5천원인가를 썼는데 누군가 더 쓴 사람이 나온다. 이건 경쟁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시간 남았을 때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정말 완질을 줄 지도 모르면서 계속 올릴 수는 없다. 비상수단을 썼다. 조용히 기다리다가 10초 정도를 남기고 2만 5천원을 썼다. 경쟁자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 되라고. 조금 있으니 내가 최고낙찰가로 낙찰되었다는 축하 메세지가 나온다.
한숨 돌리며 그 책의 정보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낙찰가 2만 2천원이라고 나와있다. 난 분명 2만 5천원 적었는데. 너무 막판에 적어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사이트에서는 시작가나 앞의 입찰자 가격에 따라 올릴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2만 5천원을 적었더라도 2만 2천원에 낙찰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3천원 덕보면서 낙찰되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경쟁하던 사람은 2만 1천원을 적었다. 겨우 건졌다.
이제 정말 완질 4권 포함해서 아홉 권을 보내줄 지가 문제다. 혹 판매자가 마음 변할까봐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바로 입금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택배가 왔는데 정말 9권이 들어있었고 그 중에는 완질 4권이 들어있었다. 완질 4권은 책 상태도 좋았다. 나머지 5권 중 4권은 1권에서 9권까지를 다 포함하고 있었고. 그래서 2만 2천원에 '사요취선' 완질에 더해 1권에서 9권까지 추가로 받고 거기다. 또 한 권을 더 받았다.
이제 '사요취선'은 완질에다가 전권 한 세트, 그리고 또 낱권 네 권을 가지고 있다. 완질을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인터넷으로 내다 팔까, 누구 선물을 줄까 아님 몇 권을 더 모아 세 세트를 만들까 생각중이다. 좌우지간 그 판매자에게 이 글을 통해 고마움을 표한다. 연말에 '사요취선'으로 횡재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