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후쿠오카 객실에서 올리고 있다.
1. 계획
이번 여름엔 아내와 둘이서 해외여행을 하기로 결심정했다. 대입 수험생 둘을 둔 부모가 해외 여행을 한다면 비웃을 사람도 많겠지만 공부는 저희들이 하는 것인데 굳이 근신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 부부가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인데 아이들 때문에 미룰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서울서 재수하는 아들은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고3 딸에게는 같이 가자고 권하기도 했지 않은가? 자기가 따라가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부부라도 놀아야지. 둘만 가니 돈도 절약되고 좋기만 하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니 그래도 아이들이 신경이 쓰여 유럽여행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장기 휴가를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3~4일에 다녀올 수 있는 일정을 찾으니 이번에도 아시아권에서 나가야 할 것 같다. 나는 아내를 위해 대만이나 홍콩을 권했고, 아내는 일본을 원했다. 일본 중에서도 아내가 가보지 못한 교토 인근의 간사이 지방을 권하니 아내가 또 내가 여러 번 간 곳이라고 내가 가보지 못한 큐슈를 가잔다. 자신은 큐슈를 다녀왔지만 일본은 어디가 어딘지 구별도 되지 않고 그냥 일본이면 좋으니 큐슈로 가잔다. 좋구로. 못 이기는 척하고 큐슈로 결정했다.
여행지는 큐슈로 결정했는데 여행 방식이 문제다. 지난 캄보디아 여행을 마지막으로 패키지 여행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낭여행 방식도 문제다. 혼자라면 무작정 보따리 싸들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아내와 함께 가면서 숙소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출발하기도 불안하다. 성수기에 50줄의 부부가 잘 곳이 없으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도시마다 숙소를 예약하고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그런 부지런한 인간도 아니다. 그래서 적당히 타협한 것이 에어텔 혹은 자유여행이라는 상품이었다. 배편과 호텔을 여행사에 일임하고 일정은 알아서 소화하는 방식이다. \
큐슈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도 고민이 많았다. 잠은 무조건 후쿠오카로 돌아와서 자는 스케줄인데다 3박4일이니 큐슈 북부지방 중에서도 일부만을 볼 수 있는 일정이다. 게다가 태풍 뎬무가 오는 바람에 출발이 하루 연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출발 시간도 11시로 밀렸다. 큐슈에 도착하는 날은 후쿠오카 시내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일정이다. 원래 내가 보고싶었던 곳은 일본 개항의 계기가 되었고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장 가고시마, 네덜란드와의 무역 통로였던 데지마 상관과 원폭지였던 나가사키, 아소산 화구, 유후인이었고 아내는 아소산과 유후인을 봤기 때문에 하우스텐보스를 보고싶어 했다. 가고시마는 3박4일 일정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 아내가 또 하우스텐보스를 양보한다. 하우스텐보스를 가지 않으면 나가사키도 돌아가는 길이니 나도 데지마 상관을 포기했다. 그래서 이번 일정은 아소산 분화구와 유후인을 돌아보고 마지막 날 조선 도공들의 후예들이 있다는 아리타 도자기 촌을 둘러보는 정도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음에 혹 갈 일이 있으면 큐슈 서해안을 따라 가고시마까지 돌기로 하고.
자유여행이니 나름 준비는 했다. 각종 교통편과 철도 노선, 일정별 계획도 짜고. 그런데 코속 페리 코비를 타고 가기로 했던 11일 아침에는 태풍 뎬무가 출항지인 부산을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당연히 애초의 일정은 취소되고 여행사에서는 하루 연기할 것인지 묻는 전화가 왔다. 당연히 12일 출발하겠다고 대답했다. 하루 연기를 하니 이번에는 호텔 숙박비가 주말 적용이 된다고 1인당 2만5춴원이 추가된단다. 이래저래 손해가 많다. 시간도 원래 아홉시 출발에서 11시 출발로 연기되었다. 도착하는 날 후쿠오카를 돌아보는 일 외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 후쿠오카에서 하루 놀자. 뭐 급한 일도 없고 꼭 가야만 할 곳도 없잖은가? 11일까지 출발이 가능할지 몰라서 환전도 하지 않았는데 결국 부산국제터미널에서 환전하는 바람에 할인도 받지 못하고 비싸게 환전해서 이래저래 손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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