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큐슈 배낭여행(4) - 나가사키

안동에 사노라면 2013. 8. 24. 17:25



다음날 나가사키로 갔다. 도착할 때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나가사키 역에 기차가 도착하면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제가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푸치니가 작곡한 23장의 <나비부인>의 모델은 나가사키에 살던 야마무라 쓰루(山村 鶴, 1848-1899)라는 여인이다. 쓰루는 나비가 수놓인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고 전해지며, 나비부인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무사인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이혼녀였던 쓰루는 17세였던 1866년 스코틀랜드 상인 글로버(Thomas Blake Glover, 1838~1911)를 만나 결혼했다. 이 부부는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글로버는 일본에 무기와 선박을 팔아 돈을 벌었는데 그가 일본에 판 배 중에는 조선 개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운요(雲揚)호도 있다. 글로버는 이토 히로부미가 영국에 유학을 갈 때 그 창구 역할도 했다. 글로버는 기린 맥주의 창업에도 관여했다. 그는 후일 자신의 사업을 미쓰비시에 넘겨주고 고문으로 재직했는데, 미쓰비시 조선소가 나가사키에 없었다면 원폭이 나가사키에 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가사키 폭심지


쓰루와 글로버 사이에서 태어난 딸 하나(Hana Glover, 1871~1938)는 현재 인천 청학동 외국인 묘지에 묻혀있다. 하나는 1897년 영국인 베넷(Walter George Bennet, 1863~1944)과 결혼했는데 베넷은 나중에 인천에서 사업을 했고, 인천에서 생활하던 하나는 인천에 묻히게 된 것이다. 글로버의 저택은 지금 구로바 공원이 되어있다.


        그로바 공원 입구에 있는 오우라 성당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발생한 일본 최초의 순교자 26명을 기념  



구로바 공원 내의 글로버 저택


다음으로 간 곳은 글로버 공원 도로 건너편 오란다 언덕이다. 오란다는 홀란드(Holland)의 일본식 발음이다. 홀란드는 네덜란드의 한 지역 이름인데 17세기에 네덜란드 공화국에서 주도적인 지역이었다. 암스테르담은 홀란드의 수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홀란드와 네덜란드를 같이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 하면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를 화란(和蘭)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도 홀란드에서 나온 말이다. 개항 이전의 일본에서 서구 학문을 난학(蘭學)이라고 했다

 

구로바 공원에서 본 나가사키 항구

   

그 다음으로 간 곳이 데지마 항구. 나가사키에는 일본의 에도 막부가 쇄국정책을 펴는 동안에도 데지마 상관을 두고 네덜란드와 교류를 계속했다. 페리 함대에 의한 개방 전에도 일본은 서구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난학을 통해 의학, 천문학, 지리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다. 데지마와 나가사키를 잇는 작은 다리 하나를 통해 서구의 문물을 받고 있었으니 이 다리를 보고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가사키와 데지마를 연결하는 다리    

 

후쿠오카로 돌아온 후 3일 티켓이 아까워서 오이타, 시모노세키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오이타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