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의 배롱나무 꽃 (2008년 8월 9일)
하회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만 하회마을 근처의 병산서원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에서 '하회의 답사적 가치는 어떤 면에서는 하회회마을보다도 꽃뫼 뒤편 병산서원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병산서원은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도 건재한 조선시대 5대 서원의 하나이다. 병산서원은 그런 인문적 역사적 의의말고 미술사적으로 말한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건축으로 한국건축사의 백미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병산서원은 원래 고려 말 풍산현(豊山縣, 현 풍산면)에 있던 풍악서당(豊岳書堂)으로서 풍산 유씨(柳氏)의 교육기관이었는데, 1572년(선조 5)에 유성룡이 옮긴 것이다.
어쨌거나 병산서원이 좋다는 말을 듣고 가 보기로 했다. 과거에는 하회마을 주변에 있는데 하회 마을 가는 길을 가다가 마을 입구 같은 좁은 길로 접어든다(2004년 5월 현재 진입로는 마을 조금 아래 넓은 길이 생겼다.). 초행인 사람은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길이다. 현재 도로 확장 공사 중인데 확장 전에는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이어서 구비를 돌 때마다 경적을 울려 반대편에 차가 오는지 확인하면서 가야 한다. 4 km쯤 되는 길을 한참 가야 한다. (2004년 어린이날 가 보니 포장 공사사 상당히 진척을 본 상태다.)
도착하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관광지임을 알 수 있다. 서원 앞에 강물이 흐르고 서원의 정자에서 강물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정말 신선들의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특히 비가 오고 난 후 서원앞의 강물이 많을 때가 좋다. 서원의 이름 자체가 빼어난 주변 경관이 병풍을 두른듯 하다 하여 '병산서원'이다. 서원 앞의 강물이 마를 때는 백사장이 생겨 아이들 데리고 놀기에 아주 좋다. 옛 양반들 공부한다는 핑계로 이 곳에 와 잘 놀았겠다.
서원의 정문인 북례문 앞에서
북례문은 ('내가 이곳에 들어가기전 예를 지킨다' 라는 뜻의 문)
서원의 백미인 만대루에 서서
(자세히 보면 무지개 빛 서광이 필자를 비추고 있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병산서원의 앞 강물의 유속이 너무 빨라 이런 지세에는 재물이 쌓일 틈이 없이 빠져나가므로 이런 터는 살림ㅈ비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한다. 유림들은 얼른얼른 과거에 합격해서 빠르게 바져나가니 놓은 것인가? 또 한 가지 안산이랄고 할 수 있는 서원 앞의 산이 너무 높아 조금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다. 뛰어넘어야 할 학문이 높으니 열심히 공부한다고 할 수도 있고, 뛰어넘어야 할 학문의 대상이 너무 높아 자신의 학문이 막힌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만대루에서 본 서원의 전망(유속이 빠른 강과 높은 안산이 보인다.)
흔히들 안동 하면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을 떠올린다. 봉정사 정도를 추가로 생각하는 사람도 조금 있고. 하지만 안동에는 도산서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동 주변에 서원이 수십 개다. 그 많은 서원에서 공부한 양반들을 먹여 살리느라 안동의 농민들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서원에 딸린 땅은 세금이 면제되고 그 곳에서 공부하는 양반들은 병역도 면제되니 힘있는 양반들 열심히 서원 만드는 것은 당연지사. 요즘도 재산을 기부한답시고 학교법인을 세우면 대대손손 먹고 살 수 있다지 않는가? 안동에 살던 조선시대 농민들은 그 밑에서 고생들 많이 했겠지만 후대에 안동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관광자원이고, 쉼터가 된다. 만리장성이 그렇고, 피라미드가 그렇듯이.
하회마을은 영국 여왕 방문 이 후 많이 유명해 졌지만 마을 전체가 식당과 상점으로 바뀌는 바람에 오는 사람들이 실망하게 되어 있다. 하회마을 들를 일이 있으면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꼭 보고 가야 할 서원이다. 특히 비가 온 후 물이 많을 때가 좋다. 안동 시장에게 이 곳과 하회마을 사이에 나룻배를 운행해서 관광자원으로 만들자는 건의를 인터넷으로 한 일이 있다. 몇 가지 건의를 같이 했는데 어느 날 아침 시장이 내게 전화를 해서(많이 놀랐다) 건의사항들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 곳은 래프팅 코스로 만든단다. 40대 초반의 남정네는 운치있는 나룻배를 구상했는데 50~60대일 시장은 젊은 사람들 좋아하는 래프팅이란다. 수입이야 래프팅이 좋겠지만 하회마을 관광단지는 전통이라는 컨셉을 살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얼마 전 하회마으에 나룻배 운행한다는 신문기사를 봤다. 거리는 병산서원까지가 아니라 마을 앞에 보이는 부용대까지란다. 생각해보니 부용대까지가 보다 현실적이다. 빠듯한 시간을 내어 온 사람들이 병산서원까지 느긋하게 나룻배 탈 일은 별로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