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화회마을(1) - 부용대

안동에 사노라면 2004. 5. 6. 00:21

지난 해 초보 안동시민으로서 안동시장에게 E-mail로 관광과 관련된 몇 가지 건의를 한 일이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연결하는 나룻배를 띄우자는 것이었다. 올해 초에 하회마을에 나룻배가 뜬다는 기사가 났다.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가 아니고 부용대 앞까지란다. 내가 건의했다고 나룻배를 띄우기야 했겠냐만 괜히 내가 건의해서 띄우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사실 병산서원까지는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며 나룻배를 운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운행만 하고 다시 동력선으로 끌고 가든지 아예 모터보터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룻배

  하회마을과 부용대를 오가는 나룻배


어쨌거나 나룻배 운행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들과 딸을 다시 꼬득여 본다. 아들놈은 요지부동. 달아이는 부모가 불쌍해 보였는지 마지못해 따라 나선다.


이번에는 마을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바로 백사장으로 가서 부용대에 오르기로 했다. 손님들 모시고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상업활동이 지나쳐 당분간은 손님을 모실 때가 아니면 마을 안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 해 시장에게 하회마을에 대해 건의하는 메일을 보낼 때 주민들의 생계 묹도 있으니 마을 근처에 상업활동 전용 건물을 지어주고 마을에서는 상업활동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더니 시장님 전화로 답을 하기를 "현재 마을 주변에 상업용 건물을 신축 중이고, 완공되면 마을 안에서는 '상행위(표현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를 하지 못하게 할 예정" 이라고 답했으니 그 때까지는 꼭 가야할 경우에만 들어갈 생각인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흠이 많이 보인다. 나룻배는 보기 좋은데 나룻배와 더불어 왔다갔다 하는 모터보터가 거슬린다. 아마도 구조용으로 대기시킨 모양인데 관광객이 많으니 모터보트도 바쁘게 부용대를 오간다. 강 하류쪽 멀리 숲 사이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도 전체적인 조화를 깨뜨린다. 키가 큰 나무를 강가에 많이 심어 그 건물이 보이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용대아래에서

  부용대 아래에서 본 하회마을


강을 건너면 서애 유성룡 선생이 임진왜란 직후 향리로 은퇴하여 임진왜란 회고록이라 할 수 있는 '징비록'이 구상되고 지어졌던 옥연정사(玉淵精舍)가 나온다. 옥연정사는 최근의 영화, '조선남녀상열지사 스캔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오입쟁이 배용준이 역병을 피해 이모님댁에 와 있던 수절 과부 전도연(숙부인)에게 작업을 하다가 전도연이 본가인 강화도로 가게 되고 배용준은 결국 강화까지 가서 작업에 성공하여 통하게 되는데 영화에서 전도연(숙부인)의 강화 본가 촬영 장소가 바로 이 옥연정사이다. 나중에 일본 아줌마들 안내 할 기회가 있으면 꼭 소개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서애 유성룡, 전도연, 배용준 이 세 사람은 무엇이 서로 통할까?

 

 옥연정사

  옥연정사에서 징비록(懲毖錄)을 생각하며 뉘우치고 삼가는 중(딸)


옥연정사를 지나 조금 더 가면 하회마을 양진당의 주인 겸암 유운룡 선생의 화천서원이 나오고 이 화천서원의 담을 따라 250 미터 정도 올라가면 부용대 정상이다.  

 

  하회마을은 부용대에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회(河回)마을은 물이 돌아나간다는 뜻으로 부용대에서 보면 물길이 마을을 한 바퀴 돌고 흘러가는 모양이 태극 문양을 나타낸다. 하회마을이 유명한 것은 실은 서애 유성룡이라기보다는 물이 돌아나가는 그 풍수적 특징 때문인데 사람들은 마을 안에서 옛 미를 찾으려니 많이들 실망하는 것이다.

물돌이

  강물이 하회마을을 감싸고 도는 모습(태극 문양의 절반)

 


부용대에서 본 하회마을(2005년 9월 3일)

 

부용대2

  부용대 정상에서 본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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