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안동 사투리

안동에 사노라면 2006. 9. 17. 05:23

  어릴 때 주변에 안동 사람이 있으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했니껴, 오시니껴, 가시니껴, 아제니껴(아저씨예요?)" 하면서 놀리곤 했다. 안동 하면 '~껴'라는 어투가 생각날 정도로 이 말투가 안동의 대표적 말투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대답은 "했니더, 왔니더, 가니더" 등 더로 끝나는데 이 표현이야 내 고향인 영천데서도 쓰는 표현이라 그리 달라보이진 않았다.

 

  3년 전 안동에 와서야 이 '껴'란 말을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아무도 이런 말을 쓰지 않았고 직장에서도 직원들에겐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길에서 중년 이상의 아줌마들이 친한 사람과 만났을 때 간혹 쓰는 것을 들을 뿐이었다. '~껴'라는 표현은 다음 세대에는 안동 지역에서 사라질 말인 것으로 생각된다.

 

  대신 안동에 오기 전엔 알지 못했던 안동 특유의 표현 방식이 있었다. '~~을 할 수 있다'란 표현을 대개 '~~을 해내다."라고 표현한다. "니 이거 해내나?" "12시까지 와내나?" "~~는 이 한자를 읽어낸다." 등의 표현이다. 이 표현은 젊은 친구들,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사용한다.

 

  표준어와 다른 의미로 쓰이는 말도 있다. '마구'라는 표현이다. 국어사전에는 '마구'라는 표현이 '몹시 세차게. 또는 아주 심하게'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뜻의 부사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안동에서는 이 '마구(마를 강하게 발음)'가 '너도나도' '모두'의 의미로도 쓰인다. 만약 '마구 책을 산다'라고 할 때 다른 지역에선 '앞 뒤 가리지 않고 책을 산다'의 의미지만 안동에서는 이 말이 '너도나도(혹은 모두가) 책을 산다'라는 의미로 쓰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이 때 '마'를 좀더 강하게 발음하는 것 같다. 이 말은 경상도 다른 지역의 사투리 '마카(모두)'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은데 다른 지역에서 '마카'라고 할 때는 뒤의 '카'를 강하게 발음한다.

 

  이 외에도 상대방의 의사를 물을 때 '~레?'를 많이 사용한다. '하레?(할래?)', '가레?(갈까?)' 등의 표현을 많이 쓴다. 안동의 이런 표현을 잘 나타내는 미용실 간판을 본 일도 있다. '까끄레 뽀끄레' 이 말은 '깎을래(커트)? 볶을래(파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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