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영화 <백두산>을 보고

안동에 사노라면 2019. 12. 30. 09:47

是歲, 天鼓鳴, 赦.
이 해에 하늘에서 북이 울려 사면령을 내렸다.

 

고려사≫  정종(定宗) 원년(946년)의 기록이다. 946년은 지질학자들이 백두산  화산 대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해다. 백두산 화산 대폭발로 인한 소리가 개성에까지 들렸을 것이다. 개성 사람들은 이 소리를 하늘에서 나는 북소리로 들었다. 하늘의 경고를 받은 정종은 사면령을 내리면서까지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다.

 

백두산 화산 대폭발이 있기 오래전부터 유황 가스로 인해 백두산 일대는 농작물을 키우기 힘든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물 자체가 산성화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주민들은 일찌감치 백두산 일대를 떠났을 수도 있다. 발해의 경제적 기반이 위축되어 국운이 쇠퇴한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거란족의 요나라가 발해를 침공할 때 단 며칠만에 발해의 수도를 점령했다고 하는데, 무인지경을 달려간 것일 수도 있다.  

 

백두산 화산 대폭발로 인해 함경도와 남만주 일대는 확실히 무인지경이 되었을 것이다. 폭발한 계절이 언제인지에 따라 화산재 방향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동북아는 냉해로 인한 흉년이 몇 년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세계적으로 기온이 내려갔을 수도 있다.


역사에서 말갈족이 사라진 시기가 이 무렵이다. 말갈족은 소멸되었거나 폭발 이전에 이주했을 것이다. 화산 폭발 수십 년 후, 그 땅이 다시 숲으로 덮였을 때 이 지역을 차지한 사람들은 새로운 이름인 여진족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과학과 역사가 버무려진 영화이겠거니 하고 보러 갔는데, 그냥 오락영화였다. 과학적 개연성에 대한 검토는 실망스러웠다. 지진의 영향은 과대평가, 기상 문제는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 싶다. 제작비는 엄청나게 들었을 것 같다. 이병헌과 하정우의 연기와 인기는 여전하다. 

 

9년 전 읽은 <<백두산>> 독서후기 소개한다.

http://blog.daum.net/cordblood/1373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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