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회룡포로 코스를 잡았다. 안동에 온지 2년 반이 지났으면서도 아직 회룡포를 가보지 않았으니 장차 관광가이드 지망생으로서 직무유기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회룡포를 가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1. 회룡대에서 본 회룡포의 지세
특별히 지도를 준비할 것도 없다. 예천에서 문경으로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표지판이 보인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출발했다. 국도를 가다 진입로를 따라가니 회룡대와 회룡포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전체적인 지세를 보려면 회룡대에 올라야 한다니까 먼저 회룡대로 가기로 했다.
장안사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올라갔다. 좁고 가파른 길이라 굴곡이 진 길에서는 빵빵 소리를 내면서. 장안사는 가파른 땅에 세워진 작은 절이었다. 장안사 주차장에서 회룡대까지 가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잠시 올라가니 회룡대가 나온다. 1998년에 세워진 정자라고 한다.
나무 계단
회룡대에서 회룡포를 보니 과연 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고 있었다. 이 강은 내성천으로 회룡포를 휘돌아 간 다음 금천과 만나고 다시 조금 내려가다가 낙동강과 만난다. 그래서 그 곳 지명을 삼강(三江)이라고 한단다.
회룡대에서 본 회룡포
회룡대 아래 사진 찍는 곳에서 본 회룡포
물이 마을을 돌아가는 형세는 하회마을과 같은데 보면서 받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하회마을은 산태극수태극연화부수라 하여 주변의 산과 강이 S자 모양(태극 모양)으로 달리고 마을이 물속에 있는 연꽃 같다고 한다. 회룡포는 산과 강의 굴곡이 하회에 비해 좀 더 급하고 땅 자체가 작다. 풍수 전문가들이 실제로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풍수 전문가들의 눈에는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형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회룡포 마을 자체가 한 마리 용의 머리쪽이라면 비룡대가 있는 비룡산의 자락이 마을 앞으로 돌출하여 다른 용의 머리처럼 볼 수도 있는 형상이 연상된다. 땅이름도 회룡포, 산이름도 비룡산으로 다 용자가 들어가는 것으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
두 산줄기가 회룡포를 사이데 두고 마주보고 있다.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마을은 아담하고, 경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회룡포뿐만 아니라 건너편의 농지까지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다. 아마도 군이나 농지개량조합 같은 기고나에서 신경을 좀 쓴 것 같다.
회룡대가 있는 비룡산은 과거에 백제와 신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이던 곳으로 수많은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고 한다. 백제의 영역이 이 곳까지 미쳤다니 예상밖이다. 하긴 조령만 넘으면 충청도니 백제의 영향이 이 곳까지 미칠 수도 있었겠다. 군사 요충지니만큼 비룡산에는 옛 봉수대도 있고, 산성도 있다. 봉수대는 복원한 것인데 큰 돌로 만들어져 있어 봉수대 같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산성은 다음 기회에 가 보기로 하고 내려왔다.
회룡포와 그 주변의 정리가 잘 된 농경지
2. 뿅뿅다리가 아니고 뽕뽕다리
산길을 통해 육로로 회룡포에 진입하는 길이 물론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비룡산 쪽에서 가려면 내성천을 건너야 하고 이 내성천을 건너기 위한 다리가 하나 있다. 몇몇 사이트에서 이 다리를 소개한 것을 보았는데 '뽕뽕다리'라고 했는지 '뿅뿅다리'라고 했는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내 생각엔 다리를 건널 때 "뿅뿅"하고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해서 "뿅뿅다리"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실제로 가보니 건축 공사 현장에서 발 받침대로 많이 쓰는 구멍이 난 철판을 이어서 만든 다리다.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만든 다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모양이다. 그럼 '뽕뽕다리'가 맞다. "뿅뿅" 하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지날 때 흔들리면서 철판 부딪히는 소리가 날 뿐이다.
뽕뽕다리
뽕뽕다리의 실체
뽕뽕다리에서 본 내성천
이 다리는 과거의 징검다리를 조금 개량한 수준의 작은 다리나. 물이 많을 때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마을에서 걸어서 이웃 마을을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육로로 가려면 멀어서 차로 가야할 것이다. '뽕뽕다리' 부근의 백사장이 일품이다. 웬만한 해수욕장의 백사장보다는 나아 보인다. '뽕뽕다리'를 건너 들어간 마을 안은 9가구 정도가 산다고 하는데 여느 시골 마을과 별반 차이가 없다.
회룡포 앞 백사장
3. 맛있는 순대집을 찾아라
안동에 오니 예천 용궁면에 순대를 잘 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 아우내 장터의 순대 맛이 그리운 나는(순대 때문에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천안 쪽으로 가긴 가야 한다. 이 글 보면 소00, 펠00 두 분은 부담을 느끼리라.) 회룡포는 가는 길에 용궁면에서 순대를 맛있게 먹기로 작정했다. 아내도 길을 따라 나선 이유 중의 절반은 순대 때문이다.
아우내(병천)에 가서 택시 기사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순대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각각 다르다. 다들 자신과 친한 집을 소개하는 것이다. 용궁면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토요일 예천 출신인 어느 분에게 용궁면에 순대 잘 하는 식당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쪼맨한 면에 순대집이 몇 집이나 되겠어요? 한 집이겠죠."
듣고 보니 그럴듯해서 다른 사람에게 확인하지 않고 출발했다. 용궁면 소재지로 들어서자 바로 용궁순대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래, 용궁면에 용궁순대 한 곳 밖에 더 있엤어?' 식당 앞에 보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좀 보인다.
그냥 들어갈 수도 있지만 내 나이가 몇인가? 이젠 덤벙대며 먼저 행동할 나이는 지났지 않은가? 일단 면소재지를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조금 가다보니 '흥부네 순대'가 보이고 언론사에 소개가 되었다는 간판도 보인다. '두 집인가?' 조금 더 가니 시장 골목이 보이고 사거리에 잉어빵 파는 아줌마가 보인다. 아내가 나섰다.
"아줌마 여기 순대 맛있게 하는 집이 어디죠?"
"저기 시장 안에 있는 단골식당이 맛있어요."
'그래, 보통 시장 안에 있는 집이 맛있지. 그리로 갈까? 아냐, 아우내 장터랑 비슷한 상황일 수도 있잖아. 한 번 더 물어보자.'
이번엔 조금 더 가서 아내가 동네 슈퍼에 물었다.
"아줌마 여기 순대 맛있게 하는 집이 어디죠?"
"저기 박달시장이 맛있어요."
'아우내랑 같은 분위기구만. 장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물건 팔아주는 사람 추천할 터이니 한 사람에게만 더 물어보자."
이번엔 박달식당 근처에서 아내가 길가는 아줌마를 잡고 물었다.
"아줌마 여기 순대 맛있게 하는 집이 어디죠?"
"요기 박달식당이 맛있구요. 장터에 있는 단골식당도 맛있어요."
'정답을 찾았다. 동네 사람이니까 우선 이웃인 박달식당을 추천하고, 그 다음으로 진짜 맛있는 식당을 소개한 것일게다. 그러니 단골식당이 정답이다.'
단골식당에 도착하니 과연 손님이 넘쳤다. 물론 간판에는 어느 언론사가 소개했다는 간판도 있다.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가격표도 순대국밥 3천원, 순대 한 접시 5천원이다. 가격도 싸다. 순대국밥 2인분과 아들 줄 생각으로 순대 한 접시를 시켰다.
순대국밥이 왔는데 이건 좀 실망스럽다. 순대국밥이라기 보다 돼지국밥이다. 순대는 2~3개뿐이고 돼지고기, 그것도 내장이 국을 꽉 메우고 있다. 낚시를 해서 건져 올린 순대도 내가 기대하던 아우내의 순대는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은 다른 음식들을 시킨다. 오징어불고기 아니면 닭불고기다. 순대국밥은 이 요리를 먹은 후 식사로 먹는 음식인 모양이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이 집은 오징어불고기로 유명한 집이었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산 (0) | 2006.02.19 |
---|---|
갈라산 (0) | 2006.01.23 |
하회 선유줄불놀이 참관기 (0) | 2005.10.10 |
주산지는 사진빨 (0) | 2005.10.02 |
봉정사 - 종이새가 잡아준 절터 - (0) | 2005.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