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번 주에 C씨와 소백산을 올라가기로 되어있었다. 무릎 문제로 정상까지 제대로 갈 자신이 없어 소백산을 밥먹듯이 올라가는 소백산광인 창원의 모씨에게 전화를 했다.
"소백산 안 가나?"
"지난 주에 갔다 왔는데, 와요?"
"응, 다음 주에 소백산 가기로
했는데 어디로 가면 제일 쉽게 올라가나 싶어서."
"00로(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좋지요."
"사람 많은 데로 가야 된다. 외국인 한 명 같이 가기로 했는데 내가 못가면 0선생이 좀 데리고 가라고 전화했거든.
0선생 안 가면 다른 사람이라도 많아야지."
"오새 눈이 쌓이가 아이젠 없이는 위험한데."
"아이젠까지
있어야 되나? 운동화 신고 갈라 캤는데."
"등산화없이는 못가요."
"등산화 얼마
하는데?"
"최소 7,8만원은 줘야 하는데."
"두 사람 등산화 사고, 아이젠 살려면 20만원쯤
들겠네."
"치우소 마, 잘못하머 죽심더. 청량산이나 가소"
"알았다."
이리하여 소백산은 포기하기로 했다. 금요일 C씨의 전화가 왔다. 일요일 소백산 등산 일정에 관해 의논하기 위해.
"-- 떠듬 떠듬... 콩글리쉬 인사 --"
"-- 이러쿵 저러쿵... 네팔리쉬 인사
--"
"근데 높은 산(소백산) 등산은 포기해야겠네. 아주 위험하대."
"그러지 뭐, 낮은 산 가자. 몇
시에 만날까?"
"아홉시쯤 갈께."
토요일 밤을 컴과 책으로 즐기고 나니 세시 반, 일어나니 아홉시다. 급하게 씻고 먹을 것 몇 가지 챙겨 나갔다. 어젯밤 오늘의 코스는 임동면 수곡리에 있는 '아기산'으로 하기로 대충 마음먹고 있었다.
아홉 시 반쯤 안동대에 도착해 아기산으로 출발했다. 아기산이 사실은 한자 이름이라고 하는데 한자는 모르고 발음대로 해석해서 영어로 하면 베이비 마운틴이란 뜻이란 말도 해주었다. 해발 591미터의 산으로 전번에 올랐던 갈라산보다 낮다고 하니 C씨는 아기산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보다 100미터쯤 높은 갈라산을 쉽게 올랐으니 아기산쯤이야 누워 떡먹기로 생각한다. C씨는 5천미터급 산은 높은 산으로 치지도 않는 네팔에서 왔으니 우리나라의 산들을 아주 우습게 생각한다. 6,7백미터 산은 언덕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보니 1, 2, 3, 4 코스가 있다. 거리가 가장 긴 코스가 가장 덜 가파를 것 같아 4코스를 택하기로 마음먹고 C씨의 의견을 물으니 C씨도 4코스를 원한다. 올라가기 그 코스로 올라가려는 팀을 만나 조금은 덜 불안하다. 4코스는 능선까지는 바로 치고 올라가는 코스다. 전번 갈라산 갈 때보다 쉽다고 생각하던 C씨는 조금 힘든 눈치다. 그려, 600미터짜리 산도 산은 산인거여.
능선에 오른 후에는 귤 하나씩 먹고, 비슷하게 올라온 팀의 커피도 얻어먹고 하면서 정상까지 올랐다. 정상의 전망은 전번 갈라산보단 괜찮았다. 산아래 임하호가 분위기를 살려준 모양이다. 정상에 오르면 지금도 원형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봉화대가 있다고 하는데 봉화대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나 봉화대로 보기에는 좀 이상한 구조물로 생각되었다.
아기산 정상에서 바라본 임하호
임동면 쪽 전망
아기산에서 C씨
아기산에서 동쪽 광경
아기산 정상의 봉화대(?) 위의 C씨
내려오는 길엔 봉황사에도 들러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봉황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이 대웅전의 단청(丹靑)은 봉황(鳳凰)이 칠했다고 한다. 봉황이 단청을 할 때 사람이 보지 않도록 하였는데 전면(前面)을 완료한 다음 후면(後面)을 시작할 때 사람들이 쳐다보아 일을 다하지 않고 날아갔다고 한다. 단청이 그리 고색을 띠지 않는 것으로 보아 봉황이 칠한 단청은 아닌 모양이다.
봉황사 대웅전
봉황사 대웅전의 C씨
대웅전에는 아래와 같은 시(주련?)가 있었다. 셋째 줄 첫째 자인 인(因)자와 마지막 무(無)자는 사진이 희미해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싯달타가 붓다가 되는 수행 과정을 요약한 것 같았다.
世尊當入雪山中
一坐不知經六年
因見明星云悟道
言銓消息遍三千
天上天下無如佛
十方世界亦無比
3월 첫 주엔 주말농장에 같이 가거나 산에 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C씨가 속한 계급이 생산 활동을 하는 계급이 아니어서 험한 일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 계급도 농사는 해도 괜찮은 모양이다. 필요하면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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