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공항에서 MK 관광의 버스로 바로 교토의 오토와 병원으로 향했다. 오토와 병원은 락화회라는 의료 그룹에 속한 병원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병원이다.
국기
입구에 들어서니 국기 게양대에 일장기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자매결연을 맺은 사이라도 오토와 병원 직원들이 방문한다고 안동병원에 일장기가 걸리는 일은 없다. 그랬다간 병원 문 닫아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사가 만든 이 차이가 오토와 병원을 방문한 첫 감상이다. 오토와 병원의 입장에서야 한국의 국기를 게양하는 일이 태국이나 필리핀의 국기를 게양하는 일이나 별반 다르지 않으니 자매결연을 맺은 안동병원 연수팀이 올 때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대부분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많고. 반면 안동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안동병원에 일장기가 걸려 있는 것을 본다면 그 중 상당수는 다음에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과거사가 가해자 쪽에서 보면 그냥 과거의 역사일 수 있어도 피해자 쪽에서는 그냥 과거의 역사가 될 수 없으니까.
오토와 병원 원장의 인사말도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최근 아베가 총리로 당선되었는데 그는 잘 생겨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고 정치를 시작한지 10여 년만에 총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총리가 되면 우익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고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일본과 한국,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두 병원은 그런 정치적 환경에 관계없이 계속 사이좋게 지내자는 인사를 했다. 아베가 극우적 입장이라는 것은 일본 사람들도 아는 모양이다. 오토와 병원 원장의 본 마음이야 어찌 알겠냐마는 이런 표현이 일본에서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근 오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사히 신문의 논조가 이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토와 병원에 걸린 태극기와 일장기 - 사진 찍는 순간 포착이 좋지 않아 태극기가 덜 돋보인다.
작은 차이들
병원 연수를 왔지 국가 관계를 고찰하러 일본에 온 것은 아니니 병원을 둘러보며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오토와 병원은 규모가 그리 큰 병원은 아니지만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병원이다. 돌아보는 과정에서 몇 가지 배울 점을 찾았다.
노인 요양 병동을 보니 우리 나라 병원의 병동에서 볼 수 있는 환자들의 명단이 벽에 붙어 있지 않다. 환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병동에는 환자들의 이름, 성별, 나이, 병실, 심지어 병명까지 버젓이 붙어 있는데 누구를 위해 붙어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의료진과 방문객에게는 편리한 게시판일 수 있어도 정작 환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는 정보를 벽에 게시하는 관행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식사가 이루어지는 곳이 한국의 병원처럼 병실이 아니다. 휴게실 겸 식당이 있어 노인들은 그 곳에 모여 식사도 하고 모임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병실 문에도 치매 환자들을 위한 표시가 되어있었다. 색종이로 접은 공모양의 공예품을 걸어두었는데 방마다 특색있는 공예품으로 기억력이 떨어진 노인들이 방을 찾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방문 옆에 있는 버튼은 병실에 있던 환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방문 위의 비상 신호가 깜빡이게 되어있고 의료진이 그 방문 앞에 가서 버튼을 눌러야 비상 신호가 꺼지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치매 노인들이 방을 찾기 쉽도록 걸린 장식, 그 옆은 비상 신호을 보고 달려온 직원이 누르는 버튼
베란다도 노인들이 직접 금붕어나 화분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다. 환자들의 이런 활동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병동 바깥 베란다의 금붕어 어항
환자들이 키우는 베란다의 화분들
병실 근처에 긴급 소생술을 위한 기구도 배치되어 있었다. 실제 사용 여부를 떠나 그런 것이 배치되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차이를 느낀다.
심폐소생술 기구로 생각되는 도구
외래 입구에는 노인들이 많은 나라답게 노인들의 성생활을 존중하여 비아그라 사용법이 게시판에 붙어있었고, 주차장엔 차보다 자전거가 많았다. 대도시임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도시라는 사실이 부럽다.
오른쪽이 비아그라 사용법으로 추정되는 게시물
주차장의 자전거 - 자동차는 몇 대 보이지 않았다.
진료비를 내고, 처방전을 받는 장비 - 대기 시간의 단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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