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요르단 여행기 5 - 회의

안동에 사노라면 2007. 8. 2. 23:58

  둘째 날인 17일 오전은 보건부 중 기획부서를 방문하여 보건부의 공식 입장을 들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갔더니 아직 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담당 부장은 조금 당황하는 눈치다. 우리측은 현지 주재원을 포함해 4명, 요르단측은 6~7명이 나왔다. 대부분 건축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전문가 파견, 연수생 훈련, 장비 등이 내 담당이었는데 협의 때 좀 덜 더듬거리려고 새벽에 일어나 질문을 준비했다. 내 발언 순서가 되었을 때 준비된 서두를 꺼내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보건부 사람들 표정이 관심이 없음을 나타낸다. 준비된 영어를 중단하고 '준비되지 않은' 진행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Who is my partner?" 이 말이 어법에 맞는지는 몰라도 의사는 명확하게 전달된 모양이다. 내 담당분야는 오후에 국립 혈액은행에서 국립혈액은행장과 이르비드 혈액은행장과 의논하란다. 오전 회의는 차 마시러 참석한 결과가 되었다. 

 

  내가 원한 바는 아니지만 점심은 파파이스에서 닭고기로 해결하고 오후에 국립 혈액은행을 방문했다. 이 나라는 절반 이상의 헌혈자가 가족이나 친지들이 수혈받기 위한 조건으로 헌혈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곳 원장님은 처음에 우리 방문단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자신의 방에 들어간지 한참이 지나도 우리를 보지도 않고 자신의 일만 계속하고 있다. 이르비드 혈액은행장이 입장이 난처한지 중간에서 분위기를 풀고 있고. 같이 성질을 낼 수는 없으므로 일단 명함을 주고 조금 기다리니 국립 혈액은행장이 회의실로 자리를 옮기자고 한다. 자리를 옮긴 직후에 혈액원을 둘러보겠느냐고 하길래 바라던 바여서 따라나섰다. 이 분 영어가 무지 빠르다. 통역 역할까지 맡은 단장님조차 빠른 영어에 전문용어가 나오니 두 손을 들고 뒤로 빠진다. 나야 훨씬 모자라는 영어니 알아들을 순 없지만 전문용어와 장비를 결합해서 생각하면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은 잡힌다. ‘당신 영어 못 알아듣겠다. 좀 천천히 해라.’ 이럴 수도 없으니 알아듣는 척 하며 나의 특기인 두 단어 영어를 구사하면서 따라다녔다. “Eu heun~g” “Ah, Ye~~(끄덕 끄덕)” “I understand” 하면서 따라다녔다. 가끔씩은 “Same situation in Korea."라고 좀 긴 문장으로 박자를 맞추기도 했고. 조금 지나니 이 양반 동업자의 뭔가가 통했는지 점점 친절해진다. 마지막엔 기념 촬영도 하고. 이럴 것을 처음엔 � 그리 삐딱하게 나왔을까?

 

  국립 혈액은행의 헌혈차량. 우리나라 헌혈버스와은 디자인이 다르다.  

 

  회의실에서 회의가 이어졌다. 타당성 조사단이므로 뭔가를 결정하는 협의는 아니고 요청한 전문가, 연수, 장비에 대한 정확한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한 혈액은행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의 장비가 요청되었고, 정작 꼭 필요할 것 같은 장비는 빠졌기에 몇 가지 현실적인 질문을 했다. 회의가 길어져 퇴근 시간인 오후 세 시는 물론 네 시를 넘겼다.

 

  저녁은 전통 식당에서 먹게 되었는데 짧은 옷을 입고 갔다. 그 날은 바람이 제법 불어서 추웠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암만은 해발 800미터에 위치한 도시라 낮엔 햇살이 따가와도 아침과 저녁으론 오히려 쌀쌀한 편이어서 긴 소매 옷이 그리울 정도였다. 낮에도 햇살은 따가운데 건조해서 그런지 한국의 날씨보다 오히려 견딜만했다. 우리가 오고 난 다음에는 45도까지 올라가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가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날 안내하시던 백선생님 이야기로는 겨울엔 눈이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녹아버리지만. 이 식당에서 물담배 맛을 봤다. 물담배는 각종 향을 주문하면 그 향내가 들어간 담배를 내온다. 연기를 좀 내뿜으려면 아주 깊이 들이마셔야만 하기 때문에 폐에는 더 나쁠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