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요르단 여행기 6 - 이르비드

안동에 사노라면 2007. 8. 3. 01:59

  18일은 이르비드 지역으로 갔다. 이르비드 지역은 갈릴리 호수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구약 성경의 길르앗 라못 지방에 해당하고 갓 지파의 땅이었다고 한다. 그 도시의 바스마(요르단 어느 공주의 이름을 기념) 병원으로 가서 병원 혈액은행을 둘러보고, 이르비드 혈액은행을 둘러본 다음 새 혈액은행이 들어설 부지를 보고 왔다. 국립 혈액은행은 그래도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르비드 혈액은행은 시설도, 장비도 상당히 열악한 형편이었다. 그래도 그 열악한 장비를 갖추고도 국제 기준에 맞게 하려고 노력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이러스 검사 장비, 옆은 C형 간염 시약인데 한국산이다. 

  

  이르비드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르비드 혈액은행을 둘러보고 있을 때 보건부 관계자라며 두 사람이 내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인사를 나눴고. 그런데 이 사람은 헛다리를 짚었다. 일행 네 사람 중 남자는 나뿐이었고 나이도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혈액은행에서 앞장서서 시설과 장비를 둘러보고 있으니 내가 단장이거나 최소한 건축 전문가인 줄 알았나보다. 확보된 혈액은행 부지에 가니 그 중 나이가 든 사람이 내게 설명을 하려고 내 가까이 바짝 다가서 있었다. 우리 일행을 아는 사람이 먼저 설명을 하는데 그 중 젊어 보이는 여성(건축사)에게 자꾸 설명을 하고 난 딴전을 피우고 있으니(건축은 내 분야가 아니므로) 이 분이 뭔가 잘못된 걸 알게 된 모양이다. 내게 묻기를 “누가 건축 전문가요?” 난 당연히 옆에 있는 젊은 여성을 가리켰다. 그 때 그 분의 표정이란.

 

  돌아오는 길에 자르카로 가는 길 이정표를 본 것 같다(내 기억은 그 이틀 후 페트라로 갈 때 본 것 같은데 위치상 암만 북쪽이니 이르비드에서 올 때 본 것이 맞을 것 같다). 자르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먼저 자르카 강은 구약 성경의 얍복 강에 해당한다. 야곱이 형 에서와의 관계로 인해 불안에 떨면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 천사와 씨름했다는 나루터가 있는 강. 그래서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얻은 땅.

 

  현대사에서 자르카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고김선일씨 살해 사건을 일으킨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의 배후 인물이 자르카위(Abu Mussab al-Zarkawi)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르카위란 이름의 뜻은 ‘자르카 사람’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그의 고향이 자르카인 모양이다. 2005년에 요르단에 있는 세 곳의 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그 배후 역시 자르카위로 알려졌다. 요르단 사람들의 자르카위에 대한 여론이 아주 나빠졌다. 그 때 자르카 사람들은 ‘자르카위’는 ‘자르카 위’가 아니다(자르카위는 자르카 사람이 아니다)’라고 변명을 하며 살아야 했다고 한다. 지난해 그는 그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미군의 폭격에 의해 사망했다.

 

  이르비드를 다녀오면서 암만 인근의 자연 환경을 볼 수 있었다. 남쪽 지방의 광야보다는 덜 해도 요르단 땅 전체는 척박한 땅이다. 요르단 땅에서는 땅에 나는 잡초 한 포기가 도리어 반가울 정도. 두바이 공항에서 우리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여성이 우리나라를 green country라고 했다는데 요르단 땅을 보면 이해가 된다.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나는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해진다.

 

  푸른 빛이 제법 있는 농업 지역 

 

 과수원이 있는 지역. 이 정도면 요르단 땅에선 숲이라고 할 만하다.

 

  난 외국 여행을 나가면 그 나라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어서 현지식은 세 번밖에 먹지 못했다. 내겐 다행한 일이지만 요르단엔 한국 음식점이 없다. 아직 한국 음식점이 성공할 정도의 여건은 아니라고 한다. 대신 찾게 되는 곳이 중국 음식점이나 패스트 푸드점이다. 일식집은 해산물이 귀한 도시라 고급 호텔에서나 가능한 모양이다. 요르단에서 두 곳의 중국 음식점을 가봤다. 이 날 저녁을 먹은 중국집은 짜장면과 짬뽕이라는 말을 알아듣고 한국식 비슷하게 만들어서 제공한다. 짜장면의 맛은 짜장면과 짜파00, 짜자00 중간 정도의 맛인데 그래도 중동에서 먹는 짜장면과 짬뽕의 맛은 별미다. 귀국하는 날도 그 집에 들러 점심을 먹었는데 단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이 날은 중국식 차도 내어놓았다. 요르단에서 중국 음식점의 장점은 술도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요르단 전통 음식점에선 대개 술을 제공하지 않는다.

 

 

짜장면과 짬뽕을 두 번이나 먹었던 중국음식점 

 

  그 날 밤은 전날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현지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했다. 우리가 현지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현지 직원이 우리 팀의 조사 내역을 정리해서 대사님께 보고를 할 수 있단다. 단원 두 사람은 우아하게 메모리 스틱 한 개씩을 가지고 갔고 단장님만 노트북을 들고 간 관계로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노트북을 사용해야 했다. 건축전문가가 마무리하고 나서 내가 11시 조금 넘어서 넘겨받고 새벽 한 시에 단장님께 전달했다. 전달할 때 보니 노트북이 열을 받아 뜨끈뜨근했다. 다음 날 새벽 6시 경에 방으로 단장님 전화가 왔다. 한 시간쯤 쓰고 나니 노트북이 먹통이 되어버렸단다. 아마 노트북이 열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그래서 호텔 컴 써비스를 이용해 정리해 보내야 하는데 메모리 스틱을 좀 달라고. 더 일찍 전화하고 싶었지만 새벽 일찍 전화할 수도 없고 해서 6시까지 겨우 기다렸단다. 거의 날밤을 새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