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서유럽 관광기(6) - 제네바

안동에 사노라면 2011. 5. 15. 17:09

 목요일 아침 우리를 태운 버스는 제네바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 기사는 부활절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에서부터 파리까지 계속 운전을 담당했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게으르고 놀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다 사람 나름인 모양이다. 제네바는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다. 그때 유럽에서 제네바 가는 표를 끊을 때는 ‘쥐네브’라고 해야지 제네바라고 하면 이탈리아의 제노바로 가는 표를 받는 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아내에게 유럽에서는 제네바로 발음하면 안 되고 쥐네브로 발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쥐네브로 간다." 하다가 핀잔만 들었다.

 

제네바 가는 길에서 만난 풍경

 

 

제네바로 가는 길에 인솔자는 스위스 용병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준다. 산간지역에 있는 스위스는 농지가 많지 않아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신 산간지역에서 자란 남자들은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남자들은 다른 지역의 영주들을 위한 용병으로 많이 진출했다. 영주들간의 전쟁이 벌어지면 당연히 용병들이 앞에 배치된다. 어떨 때는 친족 간에 전쟁터에서 적군으로 만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스위스 용병들은 교황을 위한 근위병으로도 활약했는데 최후까지 교황을 지켜낸 일이 있었고 그 후 교황청 근위대는 스위스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는 루이 16세를 지키던 다른 병사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스위스 용병들은 끝까지 루이 16세 옆에서 혁명군에 맞섰다고 한다. 이후 유럽의 영주들이 스위스 용병들을 선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네팔은 벌어들이는 외화 중 가장 많은 돈은 관광이 아니라 용병이라고 들었다.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야 하는 가난한 나라는 지금도 있다. 영국과 인도에 용병을 나가는 일이 그 나라의 일상사라고 한다.

 

제네바 시내

 

 

국제연합 사무국

 

 

국제연합 사무국 앞의 설치 예술품

 

국제적십자 연맹

- 적십자가 기독교적이라는 회교도의 입장을 반영해 적신월도 같이 표시한다.

- 북반구에서 왼쪽으로 볼록한 달은 신월(초생달)이 아니라 그믐달인데 잘못 만들어진 것 같다.

-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스위스 사람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제적십자(적신월)연맹은 다국적이다.

 

제네바의 국제연합 사무국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있는 지역을 한 바퀴 돌고 레만 호수 주면에서 잠시 자유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제네바 일정을 마쳤다. 1997년에 왔을 때는 체류는 하지 않았지만 구시가지도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그냥 가야 하니 아쉽다. 패키지여행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레만 호수 주변의 공원에서 어떤 동상을 봤는데 제네바와 스위스의 통일을 기념한 것이라고 한다. 제네바는 독립을 유지하다가 1815년 스위스의 일부가 되었다.

 

 

제네바 호수

 

스위스와 제네바의 통합을 기념한 시민상

 

제네바는 그저 먼 나라에 있는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는 국제기구의 도시로 알고 넘어가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제네바는 16세기 캘빈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도시다. 오늘날 우리나라 신교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장로교는 캘빈의 신학에서 출발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장로교가 태동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캘빈의 신학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호주를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제 ‘고소영’ 내각이란 말을 만들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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