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서유럽 관광기(8) - 암스테르담

안동에 사노라면 2011. 5. 20. 17:03

파리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때까지 틈만 나면 한잔할 기회를 노렸지만 저렴한 외곽지의 숙소를 주로 이용하는 바람에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외국 여행의 맛은 동네 술집에서 동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마시는 것인데 패키지여행에서는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파리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했다. 이번 패키지에 모두 네 번의 국제선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백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2만 킬로미터 정도의 비행기와 유럽 절반 거리의 버스 이동을 포함해 태워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또 보여주고 이러면 남는 것이 뭐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갈 때는 가이드가 쇼핑을 가자고 하면 군말 않고 따라간다. 사지만 않으면 될 일을 분위기 깰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식당에서 전쟁을 치르듯 식사를 해도 군말 않고 먹는다. 우리나라 모텔보다 못한 호텔에서도 군말 않고 잔다. 쇼핑이나 식당은 거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래, 가이드도 교포도 먹고 살아야지. 대신 싸고 편하게 구경하잖아.

 

 

암스테르담 중앙역

 

일주일을 돌아서 처음 내렸던 암스테르담 공항에 내렸다. 암스테르담에서의 일정은 오후에 비행기를 탈 때까지 몇 시간이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상냥한 말씨의 유학생이 가이드를 맡았다. 초보자답게 성심성의껏 안내를 하는 가이드를 보면서 난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우리 아이들도 곧 저 나이가 될 텐데 외국에 보내면 저렇게 씩씩하게 살아갈까? 네덜란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몇 개 국어를 한단다. 독일어와는 70%가 같아서 서로 만나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2개 국어는 간단히 해결하고. 영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대개 유창하게 한다고 한다. 어원과 구조가 비슷하니 많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3개 국어가 해결된다. 여기 있는 유학생들도 대개 현지어보다 영어로 공부하고 생활한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건축, 디자인 등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음, 네덜란드로 유학 보내는 것도 생각해봐야겠군. 유럽은 등록금이 비싸지 않다고 하니, 영어로도 공부할 수 있는 네덜란드나 북유럽 유학이 미국 유학보다는 현실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무엇이 되기 위한 유학이 아니라 넓은 세상을 보는 차원에서.

 

자전거 주차장 - 거의 평지여서 자전거 타기는 좋겠다.

 

암스테르담 시내 건물 -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도로에 면하는 면적을 줄였다고 한다.

                

가이드는 네덜란드가 물과 싸워 이긴 나라라고 소개했다. 네덜란드라는 말 자체가 낮은 땅을 의미하는 것처럼 국토의 1/3이 해수면 아래라고 하지 않는가? 바닷물과도 싸워야 하고, 표고 차이가 적으니 배수도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둑을 쌓아야 하고,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으면 자신들은 땅을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고도 하는데 앞으로 계속 해수면이 높아지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다리 위의 시설은 배가 지나갈 때 다리를 들어주는 장치

 

 

 

 시내로 연결된 운하

 

암스테르담은 암스테르 강에 있는 댐이라는 의미이니 도시 이름 자체가 물을 막아 만든 도시라는 뜻이 된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서니 시내 곳곳에 작은 운하들이 있다. 어떤 다리는 옛날 우리네 영도다리처럼 배가 지나갈 때 다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 도시는 1,000개의 다리로 연결된 90여개의 섬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해안과 멀지 않은 곳에 하려면 2중의 하역 작업을 피해 잠시 시내 운하를 이용하는 것은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 우리네 운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글쎄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장거리 운반을 위한 운하가 효율적일 것 같지는 않다. 유럽의 다른 장거리 운하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해도 글쎄다. 표고차가 심해 여러 차례 오랜 시간을 기다려 갑문을 통과해야 하는 우리네 강과 평평한 지형을 표고차가 별로 없이 천천히 흐르는 유럽의 강을 같이 보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길가의 나무들 중에는 옆으로만 팔을 벌려 연결한 형태의 나무들이 보였다. 아마도 덩굴이 있는 나무여서 가능했던 것 같은데 앞뒤 폭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뭇잎이 도로와 아파트를 가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

 

옆으로 연결된 나뭇가지. 잎이 무성해지면 차단 효과가 있을 듯.


먼저 암스테르담 광장으로 갔다. 축제 기간이라고 하는데 축제여서 그런지 원래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광장은 배낭여행객들이 모야 여행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라고도 했다. 주변에 항공권을 구하는 여행사도 보이는 것을 보니 이 광장에 배낭여행객들이 꽤 모이는 모양이다. 네덜란드는 대마초와 성매매가 합법이라고 한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성인이 자신의 의사로 하는 행위는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성매매의 경우 인신매매가 아니라면 허용이 되고, 폭력적 고객에 대비해서 침대 아래에 경찰에 연락하는 비상벨도 있다는 글을 본 일이 있다.

 

 

광장

 

광장을 빠져나와 케켄호프로 갔다. 세계 최대의 튤립 농장이라고 했다. 당연히 시간이 부족하니 입구 주변만 한 시간 정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사진에서 본 일본의 화원처럼 멋을 부려 꾸며진 꽃밭을 상상했는데 생각보다는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어느 정원에 도로에서 본 것과 같이 부채처럼 옆으로 평평하게 전지를 해 둔 나무가 보였다. 인상적이긴 한데 나무 입장에서는 인간을 위해 기형으로 변한 것이니 별로 환영할 일은 아닐 듯하다.

 

 

 

 

 

 

 

 

 

 

 

 

 

 

 

부채 모양으로 전지한 나무 - 니들이 고생이 많다. 

 

신발 모양이 많이 걸려있는 공원 입구의 가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유럽 여행이 끝났다. 비행기에서 식전 음료수로 아내가 오렌지 쥬스를 주문했는데 네덜란드 항공 승무원이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시켜도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내가 액센트를 O’자에 주면서 발음하니 알아듣고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하기는 뭐. 당신이 한국식 외래어까지 공부할 수는 없잖소. 갈 때도 올 때도 10시간 이상 좁은 좌석에 끼여 가려니 몸살이 난다. 가져간 두 권의 책도 다 읽었고, 잠도 오지 않고 견디기 힘들었다. 50대가 넘어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탈 때는 다음 중 한 가지는 갖춰야 할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 비즈니스를 타든지, 재미있는 책을 몇 권 들고 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든지, 며칠 잠을 설쳐서 세상 모르고 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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