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일본 여행(8) - 나라 동대사, 오사카 신사이바시

안동에 사노라면 2006. 10. 2. 00:34

9둴 29일 카메라의 배터리와 메모리가 바닥이 나서 30일부터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다녔다. 사진빨을 받지 못하니 그러지 않아도 초라한 문장이 더욱 초라해진다. 글에도 사진빨이 중~요 하구만.

 

나라는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다녀왔다. 가서 점심 먹고 도다이지 동대사 들렀다가 바로 오사카로 갔으니 말이다.  

 

  동대사 입구 나라 공원은 사슴들의 천국으로 사슴들이 사람 주변에 모여 들어 과자를 얻어먹고 있었다. 도로에는 사슴 주의 표지판도 붙어 있고. 사람들은 과자를 사서 사슴들에게 주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슴들은 아주 영악해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손검사를 하고 다닌다. 덕분에 동대사 입구는 사슴 똥오줌 냄새가 진동했다.

 

  동대사는 과연 컸다. 이 건물은 1790년에 본래 건물의 2/3 크기로 재건했는데도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이라고 한다. 처음 크기는 정말 대단했을 것 같다. 누가 일본 사람들이 작은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가?  745년 쇼무 천황이 전염병을 막고, 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건립했다는데 이 절 건축을 주도한 사람이 백제인 행기 스님이라고 한다.

 

  절 안의 불상도 대단히 컸는데 세계 최대의 금동 불상이라고 한다.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 불산을 만들 때 사고가 나 사람들이 불상 속에 갇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불상의 콧구멍으로 나와서 살았다고 한다. 절의 기둥에는 이 불상의 콧구멍 크기로 구멍을 만들어 두었는데 통과하는 사람에겐 행운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 구멍으로 통과해 보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이 불상은 비로자나불이라고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비로자나불의 수인과는 달라 보였다. 비로자나불은 보통 오른손으로 왼손 검지를 감싸쥐는 지권인(智拳印)이 많은데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있었다. '난 다 꿰뚫었어' 하는 손짓을 해야 하는 불상이 '애들아 쫄지마' 하고 있으니 좀 어색하다. 혹 원래는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인데 후세에 유행하던 불교 종파에서 비로자나불을 최고로 치자 비로자나불이라고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좌우 협시불에 대해 좀 더 이해가 있었으면 자세히 보고 좀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어떻게 생각하니 왼쪽 협시불은 관음보살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아미타불이어야 하나? (불교에 조예가 있는 사람의 조언을 기다린다.)

 

  동대사 주건물 좌우로는 회랑이 있고 가운데 뜰은 비어있다. 불국사 대웅전 앞 뜰과 넓이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구조인 것 같은데 뭔가 허전한 느낌을 준다. 그래 탑이 없다. 원래 없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진으로 무너졌는지 탑이 보이지 않는다. 고증을 거쳐 탑을 복원하는 것이 좀 더 균형있게 보일 것 같다. 탑이 절집 건물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니 이 절에 있던 탑도 상당히 높았겠다. 경주 황룡사 9층 석탑도 건물과 균형을 이루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 황룡사도 동대사만큼 컸을려나?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닐텐데도 괜히 지기 싫은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든다.  

 

 동대사 본당 건물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한 장 얻었다. 앞의 꼬맹이는 지나가던 아이를 납치해서. 

 

 

  오사카에서는 신사이바시(心齋橋) 거리에서 쇼핑하고 식사하는 것으로 마지막 저녁을 보냈다. 신사이바시 거리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패션으로 지나다녔다. 안동에서 3년 넘게 살다 간 나 같은 중년 아저씨에게는 이런 거리가 그리 편한 거리가 아니다. 필요한 선물 한 가지 사고 나니 갈 곳이 없어 미리 식당 근처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식사는 음식을 시간제로 먹는 부페로 했다. 술도 시간제로 무제한으로 했다. 우리 직원들 엄청나게 먹고 마신다. 그 식당 직원들 놀라는 눈치다. 다음부터 한국 사람 받지 않을 것 같다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그 식당을 나왔다. 그 후엔 노래방에 가서 놀았는데 요즘 신데대 젊은이들 잘 논다. 공간이 부족하니 소파 위를 무대삼아 논다. 난 잠시 있다 밖에 나와 담배나 피며 기다렸다. 신사이바시에 온 후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내가 마음붙일 곳이 없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진짜 신사이바시(心齋橋)에 갔다. 그 곳에서 하천을 바라보니 시원한 것이 정말 마음이 씻어지는 것 같다. 다음에 오사카에 단체 관광 올 일이 있으면 신사이바시 관광 시간엔 아예 이 곳에 죽치고 있어야겠다. 

 

  신사이바시의 시간제로 먹고 마시는 부페 식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