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중국 2차 여행기 2 - 상해(上海), 공룡의 입을 보다.

안동에 사노라면 2005. 7. 25. 00:17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우리나라보다 20년이 뒤쳐졌다는 둥 하면서 우월감을 나타낸다. 한국돈이 통하는 몇 되지 않는 나라라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내 눈에는 20년 뒤쳐진 중국이 아니라 20년 혹은 10년 뒤 우리나라 경제를 블랙홀로 빨아들일 중국이 자꾸 보인다.

 

  중국 경제 발전이 한국에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석유자원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과 기타 자원에서만큼은 중국 경제의 발전은 한국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해서 판매하는 것을 기조로 하는 한국 경제에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조달의 위기는 곧 경제위기를 의미한다. 중국 경제가 커질수록 중국은 그 국력으로 각종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며 한국은 그만큼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경우 한국 경제는 가시밭길과 경제적 종속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설 수도 있다.

 

  내 사고가 원래 약간은 비관적이다. 8년 전 캐나다 영감님께 1:1로 영어회화를 배운 일이 있는데 그 사람의 젊은 부인은 내가 'serious'하다고 했다고 한다. 좋게 말하면 진지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심각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황포강 유람선에서 심각해 하고 있다.

 

  상해는 이런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도시다. 평소 상해를 꼭 보고 싶었다. 장쯔민, 후진타오 등 등소평 이후 중국 최고 권력자들은 상해에서 배출되었다. 등소평이 개혁개방에 관련된 중요정책을 발표한 곳도 남순강화에서 였는데 다시 말해 상해를 방문하면서 발표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상해를 보니 '공룡의 입'이 연상되었다. 공룡 중국의 입. 특히 황포강(黃浦江)과 이 강을 들락거리는 배들이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해 주었다.

 

  첫날 저녁 유람선을 타고 황포강을 돌았는데 황포강 주변의 마천루가 인상적이었다. 고층 빌딩이라는 것은 자본, 기술, 장기적 전망, 교통 여건이 갖추어져야 건설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상해의 고층건물들

 

  주변 아파트들은 높은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 불을 끄고 있는 집이 많았는데 전기 요금이 비싸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저녁 식사 후 전기 요금을 아끼기 위해 밖에서 보내다가 잘 때가 되어서 집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것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도 어릴 때 꼭 필요한 불이 아니면 끄고 살았다. 그렇지만 지금 집안을 어둡게 하고 사는 집은 별로 없다. 14억 중국 인구가 우리나라 수준으로만 에너지를 쓴다고 해도 석유를 비롯한 세계 에너지 시장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도로에서 본 서민 아파트 베란다 모습. 정면을 향해 뻗은 발랫대가 인상적인다.  窮之通

공간 활용 잘 한다는 일본 사람들도 남을 의식해 이런 기발한 생각 못한다.

 

  개인 가정이 불을 끄고 있는데 비해 주요 빌딩과 구 조계 구역의 서구식 건물들은 화려한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외국의 힘에 밀려 넘겨주었던 조계 구역 조차도 관광자원을 만드는 사람들. 대만의 대북시에도 일본 총독부 건물이 그냥 있었다. 철거된 우리나라 총독부 건물이 연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야 왕궁의 정문을 막아 총독부로 사용하던 건물을 어떻게 그냥 둘 수야 있나.

 

  황포강에서 본 LG전자 광고판. 재벌에 대한 반감은 국내에서일 뿐 솔직히 반갑다. 그 광고판이 오래 가기를 바랄 뿐
 


황포강에서 본 LG전자 광고판


  귀국할 때 공항 가는 길에서 본 광고 문구 몇 개가 기억난다. '상해를 발전시켜 전국에 복무한다.'는 의미였다. 기존 중국 공산당의 경제개발 방침은 '우선 해안 도시를 부유하게 만들고 이어 내륙을 개발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이 광고 문구는 상해시 당국이 중국 공산당 방침을 구호화 한 것이리라. 하지만 정작 상해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의 주민 가운데 자신의 부가 아닌 전국에 복무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농격차와 빈부격차가 점차 해소될까?

 


  우리 버스에 타려는 사람들에게 과일을 팔기 위해 모인 상인들

  장사하는 아이들도 있고, 아이를 짊어지고 장사하는 엄마도 있다.

 

  공항 가는 길에 보이는 또 하나의 광고판. 담배 광고였는데 '애아중화(愛我中華)라는 문구였다. 국내 독점 기업이 경쟁력이 없을 때 쓰는 전형적인 홍보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담배000사, 00자동차, 00전자에서 벤치마킹을 잘 한 모양이다.

 

  마지막 날 밤 동방명주를 꼭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저렴한 패키지 여행을 떠나면 겪어야 하는 불가피한 양보.



황포강 유람선에서 찍은 동방명주